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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야기

서울 탐방기 - 삼청동, 북촌, 인사동, 명동 그리고 남산

by sylvie 2022.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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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의 역사를 가진 서울은 긴 시간 동안 대한민국의 수도 자리를 지켜오며 수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 변화를 겪어낸 흔적인 듯 21세기의 서울은 세계 여느 도시 못지않게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 수많은 사람, 그 사람들의 생활, 또 사시사철 변하는 날씨와 물과 산이 어우러지는 자연환경까지. 잔잔할 새가 없는 서울의 일상은 지금도 계속해서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특히 계속해서 경계를 넓히고 있는 서울의 개발 논리 속에서 서울의 도심이 재조명되고 있다. 청계천, 을지로, 종로, 퇴계로 등 동서로 발달한 선적 요소들이 현재의 도심 속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러한 동서 방향 기능들을 묶어줄 남북 방향의 축과 이들이 통합되는 남산의 역할이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서울의 도심은 600년 서울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만큼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다양한 요소들의 잠재력을 파악하고 이것들 사이의 통합과 연계를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도심부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남북 방향의 축 위주로 직접 답사하며 그중 느낀 바를 적어보려고 한다. 

삼청동, 북촌, 인사동, 명동에서 이어져 남산에 다다르는 축은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관광 명소들이 즐비해 있다. 삼청동, 인사동, 명동 등은 이미 점적인 요소로서 관광 명소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삼청동은 경복궁 북쪽, 북악산 자락에 있는 동네로 접근성은 다른 명소들에 비해 비교적 떨어질 수 있지만 자생적으로 발달한 아기자기한 상권들로 서서히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아 현재는 발 디딜 틈 없는 주말 나들이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지형에 따른 작은 상점들이 계단과 경사와 어우러져 있는 모습은 거리를 걷는 이들에게 아늑한 보호함을 준다. 또한 삼청동과 매우 인접한 북촌은 삼청동에서 쇼핑을 즐기다가 잠깐만 계단을 오르면 만날 수 있는 정감 가는 분위기의 한옥마을로 특유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삼청동과 북촌은 도보로 충분히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위치에 있으며 복작복작한 좁은 거리를 지나 친숙한 한옥 골목을 걷는 기쁨을 한 번에 느낄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둘 간의 연계가 다소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삼청동에서 북촌으로 접근하는 길, 북촌에서 삼청동으로 접근하는 길이 지금보다 활성화된다면 두 지역의 매력 요소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촌으로의 관광객 유입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북촌 내에서는 한옥을 느끼려는 관광객들의 발길들로 주거지에 걸맞지 않게 개방되어 있어 본래의 마을이라는 의미를 퇴색하고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따라서 북촌 내에서는 주민들의 생활을 보호하면서 한옥 마을의 정겨운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 구조로 손봐야 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삼청동, 북촌과 인접한 또 다른 명소인 인사동은 오래전부터 전통과 관련된 상업이 발달해 이미 외국인들의 관광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삼청동만큼 아기자기한 상권으로 발길을 잡거나 지형의 변화로 걷는 재미를 주지는 않지만 따라 형성된 여러 갤러리와 전통 물품 판매점 등이 이곳만의 공간적 특성을 형성한다. 거리 중간중간 위치한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들도 인사동의 분위기 형성에 한몫한다. 하지만 오히려 지나친 상업화로 인해 단순히 외국인 관광객들의 기념품샵의 역할만 남은 것 같아 아쉬운 감이 있다. 인사동이 문화의 거리로서 그 역할을 앞으로도 충실히 해나가기 위해서는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서울 시민들이 손쉽게 여러 가지 문화생활을 접할 수 있는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골목까지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저마다의 간판들보다는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들, 전통문화라는 인사동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내세워야 할 때이다. 
 인사동 거리를 남쪽을 향해 걷다 보면 끝자락, 길이 넓어지며 갑자기 휑해지는 지점을 만나게 된다. 낙원상가 아래를 지나는 삼일대로와 종로라는 큰 도로가 만나는 지점으로 인사동이라는 전통 거리와 종로의 현대 건물들이 상충하는 공간이다. 현재는 인사동에서 흘러나온 상권들의 연장이자 건너편 탑골공원으로 인해 다소 애매모호한 공간적 특성을 갖는다.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게 인사동이 현대의 대로와 만나 생겨난 부분이라고 여겨지지만 지점에 대해 지금과는 또 다른 다양한 용도로서의 잠재력을 상상해보며 머리를 굴려본다.
 인사동에서 청계천으로 이어지는 부분에는 종로라는 큰 도로와 인근의 수많은 상업시설이 가로막고 있다. 내가 이 부분이 인사동과 청계천을 ‘가로막는다’라고 느낀 이유는 이곳이 주변 명소들과는 그 맥락을 전혀 함께하지 않은 채 단순히 저마다의 이익을 위해 발달한 공간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북쪽의 삼청동, 북촌, 인사동에서 전통의 향기에 취한 관광객의 발길을 청계천으로 유도해 그들에게 도심 속 수변 휴식 공간을 제공해 줄 여지가 충분히 있는 위치지만 이곳을 찾은 이방인들, 심지어는 시민들조차 인사동과 청계천을 하나의 묶음이라고 여기지는 못할 만큼 단절되어 있다. 이용객들에게 다양한 편의와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곳이 상업시설이기는 하지만 주변과 어우러진 경관으로 전통의 안락함을 조금이나마 이어가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앞서 언급했듯 청계천은 도심 속에서 흐르는 물, 그 소리, 그 냄새, 돌다리를 건너는 재미 등 특색 있는 휴식 공간으로 사랑받는 곳이다. 그만큼 많은 시민의 사랑을 받는 공간이지만 청계천 위쪽으로의 도로 상황은 아래쪽과는 다르게 삭막한 풍경을 보인다. 청계천을 발견하고 신나는 발걸음으로 접근하고 싶어도 지나다니는 차량과 좁은 인도는 접근성을 현저히 떨어뜨리며 발걸음을 방해하고 있다. 
 청계천을 지나 을지로의 높은 빌딩 숲을 통과하면 서울의 또 하나의 관광명소, 명동을 만날 수 있다. 명동은 격자와 골목이 만나는 정방형의 블록을 이르는데 블록 내부에서도 성당 구역, 오피스 구역, 상업 구역으로 나뉘며 저마다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쇼핑거리 내부에 들어서면 중앙의 큰 가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골목에서는 차량의 접근이 불가한 편이며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건물들이 그 자체로 이어 붙어 쇼핑몰을 이루고 있는 듯하다. 좁은 골목과 3~4층 정도의 건물들은 적절한 위요 감을 형성하며 특별한 목적지점 없이 다양하게 상점들이 퍼져있다. 

 명동을 지나면 어느덧 남산에 다다르게 된다. 명동에서 남산을 바로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서울 시민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 또한 명동을 찾으며 남산을 함께 가겠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을 정도로 그 연계성이 매우 떨어진다. 명동과 남산의 관계를 알게 된 후로는 이 점이 개인적으로 굉장히 안타까웠다. 명동과 남산을 잇는 이 길 또한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에 이곳에 활기 넘치는 또 하나의 특색있는 가로가 들어서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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