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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야기

소비와 건축 2 – 쇼핑몰의 변천사

by sylvie 2022.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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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하였듯이 인류의 소비 행태가 변화함에 따라 상업 공간도 함께 진화해오고 있다. 상업 공간의 발달 행태는 산업화, 교역의 발달, 건축 재료의 변화 등 다양한 사회 문화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상업 공간은 크게 장인이 직접 물건을 만들어 팔던 상점에서 시작되어 아케이드, 백화점, 쇼핑몰로 이어진다. 이 중 가장 최근의 상업 공간으로 볼 수 있는 쇼핑몰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쇼핑몰은 다양한 카테고리의 여러 가지 물건을 진열, 판매하는 장소이다. 큰 의미에서는 면세점, 편의점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지만, 쇼핑몰의 명확한 정의는 여러 개의 소매점포가 모여 있는 상업시설을 뜻한다. 현재의 유통업에서는 백화점과 함께 중요한 업태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대형 쇼핑몰에서 소비 행위를 즐기고 그 외 다양한 여가 생활을 수행하는 것이 최근의 트렌드 중 하나로 자리 잡을 정도로 하나의 여가, 문화 행태로 꼽힌다. 


쇼핑몰은 1950년대 후반,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등장한다. 이곳은 사람들이 사는 기존의 도시와는 완전히 격리된 인공의 도시이다. 새로운 개발의 명목과 낮은 지가로 인해 주로 도시 외곽에 위치하여 자동차에 의존한다. 초공간적 현상의 하나로 가로에서부터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소비공간이 나타난 것이다. 주말이나 휴가 기간, 자동차를 이용하여 온 가족이 쇼핑몰로 나서는 여가 행위가 여기서 시작된 것이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까지는 쇼핑몰의 개념이 희미했다. 이미 생활하고 있는 반경에 슈퍼마켓과 백화점이 있어 소비 욕구에 부합하는 다양한 상업 공간이 이미 자리하고 있었다. 이후 1998년 IMF를 계기로 ‘월마트’ 등 해외 대형 쇼핑몰들이 국내로 진입하며 본격적인 쇼핑몰의 개념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쇼핑몰이 처음 등장한 북미 지역뿐만 아니라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유럽 등지에서는 주로 땅값이 저렴한 도시 외곽, 교외에 대형 쇼핑몰을 짓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땅이 좁은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의 경우 도심에 쇼핑몰이 자리하여 대중교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꽤 많다. 아시아에서 쇼핑몰이 처음으로 들어선 곳은 영국이 식민 통치하던 홍콩이다. 홍콩은 쇼핑몰을 중심으로 지하철역과 아파트가 모여져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영국과 교류가 많았던 태국, 미국의 식민지였던 필리핀, 영국의 식민지였던 싱가포르에서도 일찍이 쇼핑몰이 자리 잡은 편이다. 앞서 언급했든 한국의 경우 1990년대 후반 본격적으로 쇼핑몰이라는 상업 공간이 들어섰지만 이후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도록 다양한 형태의 쇼핑몰들이 지어졌으며 쇼핑몰과 주거가 일치된 주상복합 건물도 상당수 들어서고 있다. 
쇼핑몰이 교외에 지어지는 경우 기존 상인들의 상권이 침해되는 문제가 덜할 수 있으나 이미 상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도심에 계획하게 되는 경우 개발 단계에서부터 상권침해 문제로 인해 의견 수렴 등 보상 문제로 갈등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스타필드 하남, 고양, 안성 등 교외에 대형 쇼핑몰들이 들어서는 경향을 많이 엿볼 수 있다. 오히려 이러한 경우 주변 지역 부동산 시장에서는 쇼핑몰 입점을 호재로 보는 경우가 많으며 인근 지역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므로 과거 쇼핑몰 등장 초창기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쇼핑몰을 중심으로 생활공간이 생겨나는 경향이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가 주 교통수단인 미국에서는 백화점이 교외의 쇼핑몰 내부에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일본에서도 백화점을 쇼핑몰에 넣는 시도를 한 적이 있었으나 매출 부진으로 얼마 안 가 모든 점포를 닫았다. 
쇼핑몰 문화가 한국보다 먼저 들어선 일본에서는 30년~50년 전부터 땅값이 비싼 도심을 떠나 도시 외곽이나 교외에 넓게 쇼핑몰을 건설하는 경우가 늘었다. 하지만 교외 지역의 인구 감소로 인해 소비 규모가 줄어들어 기존에 지어진 대형 쇼핑몰이 오히려 비어있는 채로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수요가 많은 도심에는 여전히 크고 널찍하게 쇼핑몰을 짓고 있으니 도시와 교외의 격차가 이러한 부분에서도 커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동남아시아의 여러 도시들의 경우 위에 이미 언급했듯이 대형 쇼핑몰들이 이미 잘 자리 잡고 있다. 동남아시아 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다면 여행 중 쇼핑몰을 한 번이라도 꼭 들렀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동남아시아의 기후 특성상 덥고 습한 날씨로 인해 일반적인 작은 규모의 상점보다는 건물 전체가 쇼핑몰로 운영되고 있는 곳을 찾는 것이 보다 쾌적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시원한 쇼핑몰에서 시간을 보내며 쇼핑과 기타 여가 생활을 즐기는 문화가 발달하게 되었다. 이는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날씨가 덥거나 추운 계절, 혹은 비나 눈이 많이 오는 날 대형 쇼핑몰을 찾게 되는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이처럼 쇼핑몰은 각 나라의 상황과 조건에 맞게 규모와 형태를 달리하며 발전하고 있다. 다만 최근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쇼핑몰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더불어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대면으로 사람을 직접 만나는 것을 꺼리고 비대면으로 생활이 이루어지는 양상을 보이며 쇼핑 또한 비대면 쇼핑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950년에 등장하여 근 70년 동안 새로운 문화 행태로 자리 잡으며 발전해 온 쇼핑몰이라는 상업 공간이 갈림길에 놓여있던 셈이다. 새로운 소비 공간으로서 소비자들의 욕구와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존의 쇼핑몰들이 수행할 수 있는 사회적인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에는 2000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코엑스몰을 시작으로 60여 곳 이상의 복합 쇼핑몰이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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