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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야기

산업유산재생사례 - Zollverein 탄광지대 02

by sylvie 2022.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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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은 일정 매장량이 고갈되면 바로 장소를 이동하기 때문에 대규모로 조성되는 일이 드물다. 많은 탄광이 쇠퇴와 함께 빠르게 사라졌기 때문에, 시설들은 유일무이한 산업유적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바우하우스의 정신을 이어받은 두 건축가에 의해 설계된 기능 미학은 탄광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탄광이라는 수식어를 부여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곳의 이름을 빛나게 한 것은 건축물에 있었다.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통해 ‘미래의 새로운 건축’을 제시하고자 했던 바우하우스의 미학은 프리츠 습관 마틴 크레마라는 두 건축가를 통해 이곳에 실현되었다. 산업사회의 시대적 가치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기능주의 미학을 통해 건축물로 표출된 것이다. 대칭과 기하의 원칙에 충실한 수갱 12 지역을 거닐다 보면, 그 절제의 미가 고집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건축물은 내력벽 없이 철골조(철골조로 된 최초의 탄광이었다)를 이루고 있으며, 건물 외벽에 노출되어 그 구조적 아름다움을 드러냈다. 실용적이나 통일된, 단조로운 풍경이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기능을 담은 형태는 이후 그 지역 탄광에 하나의 표본이 되었다. 이곳이 보존 대상으로 주목받기 전 이러한 가치를 가장 먼저 발견한 것도 예술가들이었다. 1992년 독일의 유명한 조각가 울리히 뤼크임은 인적이 뜸한 폐광촌의 외진 곳에 조각 작품을 설치해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거대한 산업유물이 주는 강렬한 인상은 창작의 영감을 제공했고, 바우하우스에 바탕을 둔 건축물의 형성 배경에 힘입어 디자인은 이곳의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다. 탄광 지대는 OMA가 ‘과거의 정체성을 존중’하는 마스터플랜을 수립했으며, 대표적인 건물인 석탄 세척 공장은 렘 콜하스에 의해 개보수되어 뮤지엄의 기능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기능을 끌어들이기 위해 설립된 경영 디자인학교는 SANNA의 설계로 최근 완공되어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유네스코가 올린 탄광 지대는 세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수갱 12와 수갱 1/2/8영역, 그리고 코킹 플랜트 영역이다. 개별 시설뿐만 아니라 탄광 지대의 부지 전반, 석탄 채취로 발생한 쓰레기더미, 탄광을 가로지르는 철도 등도 유산에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개별 건물의 거대한 기계들 역시 보존 대상이 되었다. 마스터플랜은 옛 사적지 주변을 아우르는 벨트 형상의 지역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필요한 새로운 프로그램과 기능을 이 지역 내에 포함한다. 옛 기찻길은 공공장소로 존속하며, 다른 주요 건물들을 연결하게 된다. 광산 시절,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석탄을 운반하던 구름다리는 관광객 이동에 이용될 예정이며, 관광객은 지하 1,000M 깊이에 있는 옛 갱도도 방문해볼 수 있다. 유적지 주변 지역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배치함으로써 옛 건물들은 예전과 같은 웅장한 모습과 강렬한 인상을 관광객들에게 주게 된다. 새로운 프로그램에 따라 광산을 둘러싸게 된 보호 벨트 지역 내에서는 네 가지 새로운 기능이 편성되어 관광객을 안내하고 정보를 제공하며 유치하도록 한다. 신설 건물의 프로그램 작업과 기존 건물의 재프로그래밍 작업에는, 예술과 문화를 위주로 한 여러 새로운 기능들이 들어 있다. 연 3회, 5회에 걸친 발표를 통하여 관광객을 유치하고 새로운 프로그램과 기능, 아이디어가 계속해서 생겨나도록 할 것이다. 신설 도로와 함께, 유적지 근처에 진입로와 출구를 설치하고 터널을 통하여 기존 고속도로의 연 장로를 이으면, 유적지 접근이 더욱 용이해질 것이다. 이 곳의 상징물이기도 하는 권양 탑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수갱 12는 이곳의 가장 핵심적인 건물인 석탄 세척 공장을 중심으로 작업장이 모여 있다. 또한 프리츠 습관 마틴 크레마가 표현한 바우하우스의 언어가 가장 충실하고, 분명하게 남아있는 곳이다. 거대한 굴뚝을 지녔던 보일러 하우스는 노만 포스터에 의해 개보수되어 현재 레드닷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데, 내부의 주요한 기계들을 고스란히 남기고 계단과 같은 부가 시설을 첨부해 녹슨 기계 사이로 전시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권양 탑을 중심으로 형성된 마당은 현재 음악회나 축제, 대규모 행사를 위한 야외공연장으로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산업 유산의 길’이라고 불리는 답사가 시작된다. 한때 석탄의 이동 경로였던 이 루트를 통해 옛 공장을 가로지르며 탄광 지대의 기술적, 건축적인 배경을 탐색할 수 있다. 석탄 세척 공장의 개보수를 통해 이곳은 또 다른 활력을 갖게 되었으며, 석탄을 실어 나르던 철길은 이제 그 흔적만 남아 공공공간으로 전환되고 있다. 방문자를 위한 안내소나 거대한 구조물 안의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스튜디오와 사무실이 곳곳에 유치된 상태다.
옛 사진 속 풍경은 이제 극장을 위한 무대와 객석으로 바뀌어 있다. 벽면 한쪽에는 여전히 거울과 비누함과 같은 당시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이곳은 무용,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위해 쓰인다. 서쪽으로 도시와 맞닿아 있는 이곳에 최근  또 다른 진입을 알리는 경영 디자인학교가 하얗고 거대한 입방체로 들어서 있다. 마스터플랜에서는 특색을 지닌 각 영역이 다양한 문화 활동을 통해 긴밀한 연계를 맺도록 함과 동시에 이 영역의 성격을 퍼포먼스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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