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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야기

산업유산재생사례 - Zollverein 탄광지대 01

by sylvie 2022.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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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산업이 발생한 산업 혁명의 근원지이자 발생지인 영국을 필두로 유럽의 선진화는 세계를 주도하는 황금기를 열게 되었다. 증기기관이 혁신적인 기술로 인정받고, 그 증기기관이 작동하도록 하는 연료의 중요성이 부각되던 시기, 이 곳은 축복받은 땅으로 전 시대를 통틀어 최고의 호황기를 누리게 된다. 하지만 자원의 유형, 동력 기관의 진화와 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었고 이 산업에 제때 대처하지 못한 구시대의 산업시설은 낙후되었다는 오명을 쓴 채 시대의 발걸음에 뒤처지며 사장되고 만다. 다른 여타 시설과 마찬가지의 운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구시대의 유물보다는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루르 지역의 새로운 심장으로 발돋움하였다. 지금부터 이 곳이 지금까지 걸어온 여정과 그 외 여러 사안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졸버레인 탄광 지대는 19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유럽의 최대 광공업지대로 이름을 날린 루르 지역의 대표적인 탄광이다. 이 곳 탄광이 채굴을 시작한 것은 1884년의 일이다. 이 지역의 석탄이 코크스를 만들기에 적합했기 때문에. 1857년에는 석탄을 가공하는 코크스공장도 지어졌다. 1932년 근대적인 사례를 통해 ‘수직갱도 12’가 건설됨으로써 유럽에서 가장 현대적이고 효율적인 탄광이 되었다. 당시 평균 생산량의 4배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규모 면에서나 생산성에서나 이곳은 유럽의 대표적인 탄광이었다. 탄광 지대는 석탄 최대 생산지의 명성 그대로 석탄 채굴에서 코크스 가공, 생산까지 아우르던 복합시설로 그 명성을 확고히 했다. 최대 호황기였던 1970년대 말만 해도 이를 포함한 루르 지역은 연간 62억 3천만 달러의 연매출액, 13만 명의 고용을 창출해내던 거대한 중공업 중심지였다. 그러나 석탄과 철강산업의 쇠퇴로 경쟁력을 잃은 탄광은 1980년대를 고비로 급속히 몰락해갔다. 1986년 탄광은 문을 닫았고 이곳은 일반인들의 접근이 금지된, 말 그대로 황폐한 검은 땅으로 변해갔다. 하루 12만 톤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석탄을 쏟아내던 이곳은 탄광 산업의 사양화와 함께 채굴을 멈추었다. 바우하우스의 정신을 이어받은 두 건축가에 의해 설계된 기능 미학은 탄광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탄광이라는 수식어를 부여하기도 하지만, 이와는 무관하게 시대의 외면을 받았다는 이유로 1988년 폐쇄 위기에 이른다. 광산을 폐쇄한 지 5년 뒤인 1988년, 광산의 석탄 정제서도 그 생명을 다하였다. 한때 명성과 악명을 동시에 떨치던 구르게 비트, 즉, 루르 지방은 하루아침에 그 정체성과 함께 존재 이유를 뒷받침하던 원동력을 잃고 만 것이다. 예정된 수순처럼 개발회사가 탄광을 사들이면서 탄광이 철거되고 새롭게 개발될 위기에 처하지만, 독일의 주 정부는 늦지 않게 산업지역을 보존한다는 정책을 세워 이 곳을 보호했다. 1989년에는 강 유역의 총 17개 도시와 주 정부의 공동출자로 IBA 엠셔파크가 설립되었는데, 이 기구는 강 주변의 파괴된 생태환경을 복구하고 낡은 산업용 건물과 도시환경을 재활성화시킨다는 목적으로 10년간 운영되었다. 

  탄광 지대가 문을 닫은 후, 당국은 약 10년 동안이나 이 산업부지 처리를 두고 고민하였다. 장고 끝에 이 지역을 전 소유주에게서 매입하여 독일 산업 문화재의 일부로 지정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보일러 하우스가 노먼 포스터의 설계로 개보수된 것도 이때의 일이다. 이 기간에는 건물들의 외관 보존을 위해 철골 프레임을 교체하는 등 대대적인 재건작업이 이루어졌다. 1998년이 되자 주 정부와 에세요 시는 보다 적극적인 보존과 지역 재생을 위해 탄광 일부를 소유회사로부터 사들였고 재단을 설립했으며 나아가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했다. 2001년 12월 12일, 유네스코는 과거의 정체성을 존중하는 OMA-마스터플랜의 일환으로 광산을 세계산업 유산 보존지역의 한 곳으로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2001년 유네스코는 탄광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하였다. 심각한 환경오염과 극심한 경제침체라는 폐광지역의 고질적인 문제는 주 정부와 시가 지역의 재활성화를 모색하게 했고, 다각적인 협의로 지역은 디자인 허브를 꿈꾸며 문화공간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이 마스터플랜은 세계유산 전문가와 보존학자들과 함께 긴밀히 협력하여 개발되었으며, 2010년까지 점진적으로 현실화하도록 할 예정이다. 

 “'Zollverein'은 근대산업의 원동력이었던 석탄산업과 근대건축 운동의 표본을 건축적으로 실현한 바우하우스 정신이 일체가 된 살아 있는 표본이다.”
 “이 곳은 지난 150년간에 걸친 주요 산업의 진화와 쇠퇴를 증명하는 훌륭한 물질적 증거물이다.” - 세계문화유산 보고서

  유산선정의 과정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보존과 재활성화를 동시에 고려했던 초기 방침에 따라, 탄광지역은 일부 개보수를 통해 건물에 새로운 기능을 담고자 했다. 세계 문화유산위원회는 석탄 세척 공장의 초기 개보수 계획과 당시 설립계획 중이던  경영 디자인학교 건물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보존과 개발의 원칙에 대한 염려였다. 결국 재단의 의뢰로 OMA가 마스터플랜에 참여하게 되었다. 마스터플랜은 보존지역과 새롭게 조성될 지역, 건물의 보존영역과 철거될 영역, 보존할 원형의 기준들에 대한 원칙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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